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장승의 살신성인

[ - ] 장승의 살신성인

2002년 11월 14일|조회수: 2567|제작자: 김종민|추천점수: ☆☆☆☆☆ (0)
취미 삼아 목조각을 했는데, 장승도 파봤다. 개중에 실패했다 싶은 것도 나무가 아까와 버리지 않고 뒀다가 마침 쓸모가 생겨 요긴하게 활용했다. 19년 된 냄비 손잡이가 거의 빠질 정도로 헐거워져 일명 호스라고 부르는 고무관을 수도꼭지에 죄는 데 사용하는 스테인레스 조이개를 이용해 묶어두었으나, 그예 망가지고 말았다. 합성수지 손잡이가 부스러진 것이다. 장승을 훼손하면 좋지 않다고는 하나, 자기 몸 하나 바쳐 인간의 식생활 중에서 취사에 긴요한 냄비를 되살리는 일이라면 그로서도 명예로울 터. 몸통 부분을 적당한 길이로 절취해 냄비 몸통에 붙어 있던 암나사와 거기 박혀 녹슨 채 빠질 줄 모르고 있던 숫나사의 굵기에 딱 맞게 드릴로 구멍을 뚫었다. 쓰고 남은 우레탄바니시를 두 차례 칠해 물기에 견디도록 했음은 물론이다. 그리고 에폭시 접착제를 구멍에 적당량 흘려넣고 돌출된 나사에 지그시 돌려 박으면서 접착제가 골고루 구멍 안에 퍼지게 한 다음 굳을 때까지 기다렸다. 다음엔 그 스테인레스 조이개를 다시 장승의 몸통이었던 손잡이 끝 부분에 꼭 죄어놓아 튼튼함을 더했다. 구멍의 각도를 잘 맞추지 못해 손잡이가 좀 아래로 처진 게 아쉽지만 길이와 굵기가 적당하고 마침 칠해져 있던 색깔도 뚜껑 손잡이와 어울려 여러 모로 만족이다. 새로 들인 비용은 아무것도 없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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